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전환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들이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은 재앙이 변하여 복이된다는 뜻으로 위기를 잘 극복하여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새옹지마(塞翁之馬)'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위기 속에서도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라는 뜻이다.
주역의 변화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궁즉통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핵심은 '궁(窮)', '변(變)', '통(通)', '구(久)'다.
첫 번째, '궁'은 양적 변화가 극에 달한 상태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부부간 갈등, 노사 간의 갈등, 개인의 사업 실패, 국가의 경제위기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 변화해야 할때"라는 강력한 시그널임을 읽어 내어야 한다. 이런 극도의 상황을 기반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궁하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생각도 없다.
일본정부는 2017년 7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폴리아미드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특히 고순도 불화수소는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써 일본 의존도가 약 90% 이상이었는데 이를 규제함에 따라 오랜 기간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해 온 한국기업에 적잖은 피해가 예상됐다. 일본은 우리 기업들이 멀지 않아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본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두 번째, '변'의 단계로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 답을 찾는 단계다. 막혔을 때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의 틀을 바꾸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부부간의 화해나 노사 간의 화합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 문제를 푸는 해결점을 찾는 단계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궁한 상태에 놓인 우리 기업들이 불화수소의 국산화 작업을 시작했다. 또한, 대만·중국 등으로 수입선을 대처해 공급망의 다변화와 소재·부품·장비 투자를 확대했다. 생각과 행동이 바뀐것이다.
세 번째, '통'의 단계로 새로운 국면으로 길이 열리는 안정의 단계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가 아물고 상호 간의 화해가 무르익는 단계다. 변화를 시도해 막혔던 흐름이 뚫리고 소통이 시작된다.
결국 불화수소의 국내 생산에 성공하면서 2021년도에는 일본 수입 의존도를 1/6로 줄일 수 있었다.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궁한 상태가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촉진제가 되고 말았다.
네번째, '구'의 단계로 평화가 지속되는 단계다.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지나간 변화와 극한 상황을 모두 잊어버리고 나태와 안락에 빠지기 쉽다. 경제 위기를 잊어버리고 지금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이것이 거듭되다 보면 다시 궁한 상태로 빠지게 된다.
주역에 따르면 세상에는 영원환 평화도, 영원한 불안도 없다. 변화는 늘 존재하고, 인간은 그 변화 속에서 지나간 과거를 거울삼아 현명한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린 궁한 상태인가? 궁하지 않은 상태인가?
궁하지 않다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궁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으며, 변하지 않으면 통하지 아니 하고, 통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다.
'궁하면 반드시 통한다'라는 <주역>의 희망의 철학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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