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완벽함보다는 부족함이 더 많다는 것을 늘상 느끼며 산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작아 보이고, 하는 일에는 나만 잘 안 풀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나 혼자만의 심각한 착각이다.
세상의 이치는 상대성과 균형을 띠고 있다. 어느 한쪽이 가득 차면 반드시 부족함이 생기고, 완전한 행복이나 영원한 상태는 없다.
이러한 것에 대해서 다산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220여년 전, 한 편의 시로 표현을 했다.
바로, 여유당전서 시문집 5권에 실려 있는 '獨笑(독소, 혼자웃다)' 라는 시인데 이 시는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 시절인 1804년(43세) 인생의 모순을 헤아리며 쓸쓸한 심경을 노래한 시다.
그 시를 한번 감상해 보기로 한다.

獨笑(독소, 혼자웃다)
양식이 있으면 먹어줄 자식 없고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아들이 많으면 주릴까 근심하네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높은 벼슬 한 사람 어리석기 마련이고 [達官必憃愚 (달관필창우)]
재주 있는 사람은 그 재주 펼 데 없네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한 집안엔 완전한 복 드문 법이고 [家室少完福 (가실소완복)]
지극한 도(道) 언제나 무너져 버리네 [至道常陵遲 (지도상능지)]
애비가 검소하면 자식이 방탕하고 [翁嗇子每蕩 (옹색자매탕)]
아내가 영리하면 남편이 어리석네 [婦慧郎必癡 (부혜낭필치)]
달이 차면 구름을 자주 만나고 [月滿頻値雲 (월만빈치운)]
꽃이 피면 바람이 불어 날리네 [花開風誤之 (화개풍오지)]
모든 사물 이치가 이와 같은데 [物物盡如此 (물물진여차)]
아는 사람 없음을 홀로 웃노라 [獨笑無人知 (독소무인지)]
정약용 선생은 이 시를 통해서 보편적인 우리의 삶을 그대로 표현했다.
선생은 세상만사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으며, 오히려 모순과 불일치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을 담담하게 읊고 있다.
시의 제목인 '독소'는 단순히 혼자 웃는 것이 아니라 이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자가 짓는 '달관의 웃음'이거나 '자유로운 웃음'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흔히 내 인생에만 '결핍'과 '부족'이 있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다산은 세상의 모든 것이 본래 불완전한 짝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며, 완벽하지 않은 삶을 탓하기보다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한다.
<주역>에서도 가득 찬 것을 경계하고, 비움과 겸손의 미덕을 강조했다.
그 내용을 보면 이렇다.
"천도휴영이익겸, 지도변영이류겸, 귀신해영이복겸, 인도오영이호겸"(天道虧盈而益謙, 地道變盈而流謙, 鬼神害盈而福謙, 人道惡盈而好謙)
하늘의 도는 가득 찬 것을 이지러뜨리고, 겸허한 것을 이롭게 하며,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변하게 하고, 겸허한 쪽으로 흐르며,
귀신의 도는 가득찬 것을 해하고, 겸허한 것에 복을 주며,
사람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미워하고, 겸허한 것을 좋아한다.
- 주역 단전 겸괘 -
또한,
<주역> 건괘에는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나오는 데 이 뜻은 "너무 높이 올라간 용은 반드시 후회가 따른다."라는 것이다.
결국, 권력이든 재물이든 극에 달 했을 때 자신을 낮추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은 채 스스로 멈추지 않으면 반드시 화를 입게 된다는 경고이다.
조선시대 최대 거상인 임상옥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최인호 장편소설 <상도>에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신비한 잔이 나온다.
이 계영배(戒盈杯)는 가득하는 것(盈)을 경계(戒)하는 술잔(杯)이다.
계영배는 가득 채우려고 할수록 오히려 밑의 구멍으로 술이 흘러가 버리게 되는데 잔의 7부 지점을 넘어서게 되면 안에 있는 술이 모두 바닥의 구멍으로 흘러가 버린다.
임상옥은 스승인 석숭 스님으로부터 이 잔을 건네 받고 처음에는 어떤 물건인지 모르다가 계영배의 신묘한 원리를 알고나서 나중에 인생 최대의 위기를 넘기게 된다.
임상옥은 그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자신의 욕심을 다스렸는데 그는 장사를 할 때도 이익을 적정선에서 조절했으며, 흉년에는 곡식값을 올리지 않고 오히려 가난한 백성들을 도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독소(獨笑)'라는 시는 220여년이 지난 시지만 세상의 이치를 보는 시각은 어찌보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부족함을 느끼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불안하거나 불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상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마음의 평온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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