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통적인 리더십 항목에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으로 '위공(委功)'과 '남과(攬過)'라는 것이 있다.
'위공'이란 '공은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는 뜻이다.
즉, 아래에서 힘들게 일한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라는 말이다.
'남과'는 '자신이 잘못을 끌어안는다'는 뜻이다. 아랫사람이 잘못을 했어도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는 리더가 그 잘못을 기꺼이 짊어지라는 말이다.
청나라 때 사람 김영(金缨) 이 지은 <격언연벽(格言聯璧) > <지궁(持躬)>편에 "잘못을 미루고 공을 가로채는 짓은 소인배들이 하는 짓이고, 죄를 덮고 공을 떠벌리는 것은 보통사람이 하는 일이며, 양보의 미덕으로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군자의 일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잘못을 미루고 공을 가로채는 일은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죄를 덮고 공을 떠벌리는 것 또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행하기 어렵고 주변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하기 어렵고 보기 드문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우린 감동받고 존경심이 생기게 된다. 공적의 결실앞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매력적인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을 가진 리더를 존경하게 된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명나라 수군도독 '진린'은 1598년 7월 16일 수군 5천명을 이끌고 합류하여 조선 수군과 함께 공동 작전을 수행하였다. 이순신이 그해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때 까지 모두 4개월 동안 이순신과 함께 하면서 이순신의 천재와 인품을 가장 잘 알고 지냈던 유일한 타국인이었다. '진린'은 오만하고 거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징비록>에서도 진린은 "성격이 포악하고 남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모두 그를 꺼려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순신에게 인품에 매료되어 지휘권 역시 거의 대부분 이순신에게 양보했다. 이순신 역시 전리품과 적의 수급 등을 진린에게 양보함으로써 그의 명분과 공로를 위해서는 인색하지 않았다.
이순신에게 중요한 것은 적을 격파하고 나라를 구하는 것이 우선일 뿐 공로를 내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진린에게 중요한 것은 명분과 공로였다. 이순신은 진린에게 명분과 공로를 돌림으로써 명의 수군이 조선 수군의 충실한 지원군으로 남게 만들었다. 진린은 노량해전에서 철군을 하는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의 뇌물 공세에도 불구하고 왜군의 퇴로를 차단하는 작전에 합세하게 된다. 후에 진린은 '이순신은 천지를 주무르는 재주와 나라를 바로 잡은 공이 있다'라고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명나라 때 홍응명(洪應明)이 편찬한 <채근담(菜根譚)>에 이와 유사한 대목이 있다.
蓋世功勞(개세공로), 當不得一個‘矜’字(당부득일개‘긍’자)
彌天罪惡(미천죄악), 最難得一個‘悔’字(최난득일개‘회’자).
"세상에 둘도 없는 공을 세웠어도 '잘난 척' 하지 않아야 하며, 천하에 큰 죄를 지었으면 '뉘위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격언연벽>이나 <채근담> 모두 영락없이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들을 향한 따끔한 일침이다. 예나 지금이나 잘못을 남에게 미루고 공은 자기가 가로채는 소인배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다.
그래도,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멋진 기술을 가진 리더도 있으니 살만한 세상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리더가 되면 갖춰야 할 기술, 바로 공은 아랫사람에게 돌리고 잘못은 끌어안은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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