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단촌장(尺短寸長)
한 자의 길이도 짧을 때가 있고, 한 치의 길이도 길 때가 있다는 뜻이다.
한 자는 약 30.3cm이고, 한 치는 이 길이의 10분의 1인 약 3.03cm의 길이다. 서로 길이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어째서 한 자가 짧을 수 있고, 한 치가 길 수 가 있다는 말인가?
이 말은, 쓰는 상황과 용도에 따라 가치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이나 사물은 저마다 다른 장점이 있다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인다.
척단촌장의 출전은 《초사》의 <복거(卜居 )>이다. <복거> 는 중국 초나라 때의 정치인이었던 굴원(屈原, 약 343~177 기원전)이 쓴 글인데 굴원이 왕의 신임을 얻어 나라의 중책을 맡았으나 정적들의 모함으로 관직을 박탈당하고 유배를 당하게 된 후에 지은 것이다. 지혜와 충성을 다해도 정적들의 참소에 막혀서 왕에게 전해지지 않자 마음이 번잡하고 생각이 어지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굴원은 태복( 太卜, 점치는 관직) 정첨윤(鄭詹尹) 을 찾아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물었다.
그러자 정첨윤은 이렇게 말한다.
"무릇 한 자의 길이도 짧을 때가 있고, 한 치의 길이도 길 때가 있으며, 사물에도 부족할 때가 있고 지혜도 밝지 못할 때가 있으며, 운수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신령도 통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당신의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행하면 되니 점을 쳐서 세상일을 다 알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척단촌장'이 유래되었다.

사마천은 <백기왕전열전>에서 이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남겼다.
"속담에 '한 자가 짭을 때도 있고, 한 치가 길 때도 있다(尺有所短寸有所長).'라고 했다. 백기는 적을 잘 헤아리고 임기응변에 능하여 기발한 꾀를 무궁무진하게 내니 그 명성이 전하를 울렸다. 그라나 응후라는 인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백기는 응후 때문에 진왕으로부터 자결을 강요받는다.). 왕전은 진나라 장수가 되어 6국을 평정하였으며, 노장이 되어서는 진시황이 스승으로 모셨다. 그런데 진왕을 잘 보필하여 덕을 세워 그 근본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고 그저 평생 왕의 뜻에 아부하여 자신이 받아들여지기를 꾀하였을 따름이다. 손자 왕리에 이르러 항우의 포로가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저들(백기와 왕전)은 각각 나름대로의 단점이 있었던 것이다."
백기와 왕전은 모두 천하가 알아주는 진나라의 명장이었고 전투에서는 누구도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치에는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두 사람 모두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불우하게 생을 마감하였다.


<백기와 왕전의 초상화>
우리 속담에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도 어떤 일에는 어리석은 사람보다 쓸모가 없고, 어리석은 사람도 어떤 일에는 지혜로운 사람보다 더 쓸모가 있는 경우도 있다.
쥐를 잡을 때는 천리마보다 고양이가 낫다.
천리마가 아주 유용한 말이라 할지라도 다른 역할은 미흡하다. 쥐를 잡는 일은 고양이를 따를 수 없다.
이렇듯 사람이나 동물이나 각자의 특기가 있고, 가치가 있다. 쓸모없는 재주는 없다. 모든 사람이 지닌 저마다의 재능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한가지 탁월한 모습만 보고 모든 것을 잘 할 것이라 여기고 무한신뢰 한다거나, 한 차례 미흡한 일 처리로 인해 모든 것에서 배제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리더라면
일의 종류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우열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늘 '척단촌장'의 대응자세가 필요하다.
※ 초사에 대해서
《초사》는 《시경(詩經)》과 더불어 중국 고대문학의 대표적인 시가(詩歌)이다.
《시경》이 북방문학 즉, 황하강(黃河江)에서 비롯된 문화의 꽃이라면 《초사》는 남방문학 곧 양자강 유역에서 발생한 작품이다.
작품에 나타난 언어와 사물이 모두 초(楚)나라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초사》라고 붙여진 것이리라.
《 초사》는 이소(離騷) 구가(九歌) 11편, 천문(天問) 구장(九章) 9편, 복거(卜居) 어부(漁夫) 25편 외에 송옥의 구변(九辯), 초혼(招魂) 굴원과 경차의 대초(大招), 가의(賈誼)의 석서(惜誓), 회남 소산의 초은사(招隱士), 동방삭의 칠간(七諫), 장기의 애시명(哀時名), 왕포의 구회(九懷), 유향의 구탄(九歎), 왕일의 구사(九思)가 첨가되어 있으나, 굴원 작품은 그 가운데 25편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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