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것에서 장차 벌어진 큰 일을 예감할 수 있다.
큰 산이 무너질 때는 나무가 기울거나 돌멩이가 떨어지곤 한다.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몇 차례의 작은 지진이 일어나고, 거대한 저수지 둑도 무너질때는 미세한 균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미세한 조짐이라도 가볍게 보아서는 아니 된다.
작은 조짐은 반드시 장차 큰일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니 그 작은 것에서부터 조심해야 한다.
오늘은 작은 조짐에서 큰 위기를 예감한 견미지저(見微知著)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견미지저(見微知著)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송미자세가>의 한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중국의 두 번째 왕조인 은나라는 주왕에 이르러 멸망의 조짐을 보인다.
은나라 말기에는 세 현자가 있었는데 즉, 삼현(三縣) 또는 삼인(三仁)이라고 한다.
기자(箕子), 미자(微子), 비간(比干)을 말한다.
견미지저는 삼현의 한 사람이었던 기자에서 비롯되었다.
기자는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이 밥을 먹는 것을 것을 보고 은나라의 멸망을 예견했다.
어찌하여 기자는 주왕의 밥 먹는 모습에서 은나라의 멸망의 모습을 미리 보았을까?
그것은 바로 주왕이 상아로 만든 젓가락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상아로 만든 젓가락을 사용하는 주왕을 보면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면 반드시 옥으로 된 잔을 쓸 것이고, 옥잔을 쓰면 반드시 먼 곳의 진귀하고 기이한 물건들을 그에게 몰고 올 궁리를 할 것이다. 그러니 수레와 말, 궁실의 사치스러움이 이것으로부터 점점 시작될 것이니 나라는 흥성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은나라에는 코끼리가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상아로 만든 젓가락이 있을 리 없다.
먼 남방이나 동남아에서 수입해야만 하는 귀중한 물건이었다.
궁실이 상아로 만든 젓가락에 신경을 써야 하니 백성들을 돌보고 국정을 이끄는 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상아로 만든 젓가락에는 마땅히 옥으로 만든 그릇이 어울릴 테고, 그러다 보면 점차 밥상 전체가 사치스럽게 되고 주왕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결국 궁실은 사치스러움으로 가득할 것이라는 것을 기자는 미리 예감하게 된 것이다.
기자는 주왕에게 사치에 빠지지 말 것을 간언 했지만 주왕은 기자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주왕은 애첩 '달기(妲己)'와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향락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다가 주나라 무왕과 강태공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결국 은나라는 멸망했다.
일상의 식사 자리에서 사용한 상아의 젓가락이라는 작은 조짐에서 나라의 멸망이라는 큰 변화를 예감한 기자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견미지저(見微知著)
가정의 가장이든 조직의 리더이든 지금 상아의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작은 조짐에서 바로 위기를 예감하고 몸과 마음을 바로잡아야 할 이야기이다.
'생활정보 > 인문학에서 배우는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방(장량)의 멈춤의 철학 '지지(知止)' (0) | 2025.10.08 |
---|---|
<괴테 경구집> 즐거운 인생을 사는 처세훈 5가지 (1) | 2025.07.11 |
<삼국지, 위지 왕수전> 억강부약, 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돕다. (5) | 2025.06.25 |
<사마천, 사기> 항우본기에 나오는 파부침주(破釜沈舟) (5) | 2025.06.13 |
유향의 <설원>에 기록된 관중의 리더십 5단계 (1) | 2025.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