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결정짓는 조별리그 B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당시 허정무 감독은 "파부침주의 심정으로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져 화제가 되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마지막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면서 원정 첫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이 '파부침주'라는 사자성어를 어떻게 알고 출사표로 꺼내 들었을까?
파부침주(破釜沈舟)
깨뜨릴 파(破), 가마솥 부(釜), 가라앉을 침(沈),배 주(舟)
밥 지을 솥을 깨트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죽을 각오로 싸우껬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 의 '항우본기( 項羽本紀) '에 나온다.
진나라 시황제 말기 극단적인 탄압정책이 시작되었고, 진나라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시황제의 죽음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켰다.
진나라를 치기 위해 옛 초나라 땅에서 군사를 일으킨 항우는 거록 전투에서 강을 건넌 후 병사들에게 타고 왔던 배를 침몰시키고 싣고 온 솥을 깨뜨리도록 했다.
<항우>
그리고 병사들에게 삼일분의 식량만 나누어 주었다.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도 없는 병사들은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지 못하면 어차피 굶어 죽음에 따라 결사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이에 항우는 아홉번을 싸운 끝에 거록성을 포위하고 있던 진나라 주력부대를 궤멸시켰다.
사마천은 당시 거록 전투에서 일당십( 一當十) 을 하지 않은 항우군 병사가 단 한명도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항우의 '파부침주'는 원래 <손자병법>의 구지(九地) 편에 언급돼 있다.
용병법에는 9가지 지형이 있는데 그것을 나열에 해보면
산지(자기 땅에서 싸우는 경우),
경지(남의 땅으로 깊지 않은 곳),
쟁지(점령하면 서로 유리한 곳),
교지(피아가 공격하기 좋은 곳),
구지(여러 나라가 접해 있어 점령하면 유리한 곳),
중지(적의 땅에 깊이 있어 돌아오기 힘든 곳),
비지(행군하기 어려운 곳),
위지(들어가는 길이 좁은 곳),
사지(자칫하면 포위대 죽는 곳)이다.
손자는 "적의 땅 깊숙한 곳(중지, 重地)에 들어가면 마치 쇠뇌를 쏘는 것처럼 곧장 치고 나아가라. 강을 건넌 뒤 타고 온 배를 태워버리고, 식사를 마친 다음 가마솥을 깨뜨려서 오직 전진만 있을 뿐이라는 결의를 표하라"고 가르친다.
손자의 '분주파부'나 항우의 '파부침주'는 같은 말이다.
흔히 우리는 '배수진'을 쳤다는 말을 자주 쓴다.
파부침주의 정신으로 모든일에 임한다면 어찌 되지 않은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일을 파부침주의 정신으로 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뿐만 아니라 소모되는 에너지가 크므로 상황과 여건을 봐야하고 반드시 필요할 때 실행에 옮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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