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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인문학에서 배우는 지혜

<박노해 시인의 겨울시> 그 겨울의 시, 겨울사랑

by 헤비브라이트 2024. 12. 11.

"좋은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 거짓 희망이 몰아치는 시대

박노해의 시를 읽고 아프다면 그대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박노해 시인의 본명은 박기평이다.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문구에서 앞글자를 따서 필명(가명)으로 박노해라 지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12월 첫째 주,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시'와 '겨울사랑'이라는 시를 준비했습니다.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겨울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 박노해 시인

 

박노해는 시인이면서 노동운동가, 사진작가이다. 전라남도 함평군에서 태어나 보성군 벌교읍에서 자랐다.

어린 시설 독립운동과 진보 운동에 참여했으며 판소리 가수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16세에 서울특별시로 올라가 낮에는 일을 하고 선린상고에서 야간 수업을 들었다. 건설, 섬유, 화학, 금속, 물류 분야에서 일하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박노해는 여러 업종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시도 쓰기 시작했는데 1983년 <시와 경제지>에 '시의 꿈'이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게 된다. 

 

1984년에 시집<노동의 새벽>은 노동자가 노동자의 입장에서 쓴 시집으로서는 거의 최초나 마찬가지였기에 한국 시문단이나 지식인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주었다. 당시 이 책이 금지도서로 지정되었지만 약 100만부가 팔려나갔고 이때부터 박노해는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문구에서 앞글자를 따서 필명을 지었고, "얼굴없는 시인"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노동운동가였던 박노해는 무려 7년 동안 수배 생활 끝에 1991년 안기부에 체포되었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판결에서 사형을 구형했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7년 6개월 만에 출소했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했으나 박노해는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그 후 20여 년간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땅에서 평화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해 왔다.

2024년 2월 생애 첫 자전수필 <눈물꽃 소년>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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