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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인문학에서 배우는 지혜

<한비자, 설림편> 노마식도, 늙은말이 길을 안다.

by 헤비브라이트 2025. 2. 5.

우리나라가 2024년 12월 23일,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에 도달하여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기간은 겨우 7년 4개월로 일본의 기록인 11년보다 무려 4년이 빠르다 하니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노인인구는 많아지고 있으나 노인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노인의 역할이 매우 컷다. 
마을에 큰일이 생기거나 마을에 행사를 준비할때면 나이가 제일 많은 어른과 상의를 했고 지혜를 구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정보산업의 발달로 정보가 차고 넘치면서 어른과 상의하거나 물어보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학생이 스승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직장인이나 정치인이 윗상사와 원로들에게 물어보는 일이 드물어졌다.
이제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와 Chct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서 정보를 찾는 일이 훨씬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노마식도(老馬識途)
老 : 늙을 노
馬 : 말 마
識 : 알 식
途 : 길 도

 

한비자의 설림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오패의 한 사람이었던 제(濟) 나라 환공(桓公)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은 명재상 관중( 管仲 )과 대부 습붕(隰朋)을 데리고 고죽국(孤竹國)이라는 작은 나라를 정벌하러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을 잃고 말았다.
봄에 떠난 군사들이 겨울이 되어서야 철군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적진에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탓에 제나라 군사들은 그만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것이 아닌가.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하는 군사들은 길을 잃고 갈팡질팡 방황하고 있는데 이 때 관중이 나서서 말했다.
 
"노마( 老馬)의 슬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놈들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길을 잘 알아 우리를 안내해 줄 겁니다."
 
그러면서 늙은 말 몇 필을 골라 풀어놓고 앞장서서 걷게 했다. 아니다 다를까. 늙은 말들은 고스란히 봄에 왔던 길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제나라 군사들은 무사히 회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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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한비자는 총평에서 덧붙이길
"관중은 자신의 총명으로도 모르는 것은 늙은 말을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라고 했다.
 
'집에 노인이 없으면 빌려라'라는 그리스 격언이 있다.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경하는 의미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여러모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스승이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일들이 있는 법이다.
총명함만을 믿지 말고, 어른에게 물어보는 것을 수치스럽다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어른과 늘 상의하고 물어보면서 지혜를 얻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공존하면서 지혜를 배우고 공경하는 전통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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