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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인문학에서 배우는 삶

[주역, 손괘-상전] 징분질욕 - 분노는 징벌하듯 억누루고, 욕심은 막아라.

by 헤비브라이트 2026.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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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는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을 했는가?

흔히 화가 나면 큰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쾅' 닫고 나가는 행동을 한다. 심지어는 결코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당신은 매번 왜 일을 그렇게 합니까', '모든 걸 그만둡시다', '그 정도밖에 못합니까? ' 이런 극단적이고 상처가 되는 말을 하거나 주변에 있는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말과 행동이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순간 끓어오르던 분노가 수그러들 것만 같지만 또 다른 문제로 심각하게 번지게 된다.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 간혹 예기치 않은 장면을 보게 된다. 경기도중 심판 판정에 불만이 생긴 감독은 심판에게 거센 항의를 하다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선수들을 모두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인다. 경기를 진행하는 사람도 아닌 감독이 일방적으로 경기를 중지시키는 행위다. 감독의 한 순간 참지 못한 분노로 인해 상대측의 선수들은 물론 수많은 관중들이 이유 없는 피해를 보게 된다.  본의 아니게 상대방과 관중들에게 피해를 준 선수들이 미안한 마음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굳어진 마음과 행동은 더 이상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다. 경기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懲忿窒慾"(징분질욕), 분노는 징벌하듯 억누르고, 욕심은 막아라.

불길처럼 치솟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마치 죄인을 처벌하듯 엄격하게 스스로를 통제하여 그 에너지가 밖으로 분출되지 않도록 단단히 틀어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AI 생성 이미지>

 

이 구절은 주역의 64개 괘 중 41번째인 '산택손(山澤損)' 괘의 상전(象傳)에 등장한다. 손(損) 은 덜어내다. 비워내다. 손해를 보다라는 뜻인데 주역에서는 내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먼저 '덜어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핵심이 바로 분노와 욕망이다. 

 

세계를 정복했던 대몽골 제국의 왕, 칭기즈칸과 그의 매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칭기즈칸은 사냥을 무척 좋아했다. 사냥을 나갈 때마다 항상 자신의 어깨나 손목에 얹고 다니던 애지중지하는 매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매는 아주 영리해서 칭기즈칸이 눈빛만 보내도 하늘 높이 날아가 사냥감을 정확히 찾아내곤 했기에 칭기즈칸은 이 매를 가장 믿음직한 친구로 여겼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칭기스칸은 사냥을 나갔다가 홀로 깊은 계곡을 지나 돌아올 때 목이 타들어 가는 극심한 갈증을 느꼈다. 칭기즈칸은 어느 거대한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을 발견하고 지니고 있던 잔에 물을 받아 마시려고 한순간 그가 아끼던 매가 날아와 손목을 쳐서 그 잔을 땅에 떨어지게 했다. 땅에 떨어진 잔을 주어 다시 물을 마시려 하자 매는 다시 날아와 잔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칭기즈칸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잔을 들자 매는 어김없이 칭기즈칸을 향해 날아들었고 이때 칭기즈칸은 칼로 매의 목을 베어 버린다.

그런데 칭기스칸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마시고자 했던 물이 고여 있는 위쪽 작은 웅덩이에는 그곳에서 가장 치명적인 맹독을 가진 큰 독사 한 마리가 죽은 채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구한 유일한 친구를 자기 손으로 죽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칭기즈칸은 죽은 매를 끌어안고 통곡을 했다.

칭기즈칸은 죽을 때까지 "나는 절대 화가 난 상태에서는 그 어떤 결정도 그 어떤 행동도 내리지 않겠다"라는 원칙을 세우고 이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AI 생성 이미지>

 

주역의 관점에서 '징분'은 감정을 무조건 억압해서 병을 만들라는 뜻은 아니다. 분노라는 거대한 에너지가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향을 틀어 멈추는 기술을 말한다.

분노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를 타인이나 자신을 해치는데 쓰면 '파괴'가 되지만 '징분질욕'을 통해 가만히 가라앉히면 이 에너지는 나를 발전시키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승화된다.

 

화가 날 때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불이 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주역의 가르침대로 "마치 죄인을 엄벌하듯 내 분노를 엄히 단속하고, 그 화의 뿌리가 된 내 이기적인 욕심의 구멍을 꽉 막은 채" 잠시 흐름이 지나가길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멈춤의 끝에 가장 현명한 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