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가 나를 찾아 온다면 참 반가운 일이다.
그와 함께 했던 과거의 추억과 이야기 거리,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모습 등에 대한 궁금증, 나와 같이 고민하고 있을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생각...이런 것들을 함께 가져오기에 그와의 만남이 기다려 진다.
하지만
문득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찾아오는 경우라면
덜컥 겁이 난다.
무슨 일로 나를 찾는 것일까?
반갑기 보다는 불만과 걱정이 앞선다.
필경 어려운 부탁이나 말하지 못할 고충이 있어 찾아 올 일이니 불편한 마음이 밀려오는 것이다.
몇일전 충청도 증평에서 사시는 어느 한분이 전화를 걸어와 나를 꼭 만나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그분이 찾아왔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먼길을 와서일까 피곤함이 묻어 있고, 얼굴에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불만이 이미 가득했다.
내 앞에 내려놓은 불만과 고충에 대해서 딱히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그 분의 말을 들어주는 것 밖에...그리고 더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 다음날 전화를 드려 알아보고 확인한 것들을 전해드렸다.
그분도 딱히 방법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을까?
나의 전화에 이미 체념한 듯 더 이상의 요구는 없었다.
하지만 통화끝에 마지막으로 내게 전하는 말,
"고맙습니다."
아무것도 해 준게 없는 나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한마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 한마디에 어렵고도 힘든 지금의 시간도 또 이겨내며 힘을 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요즘
나에게 오는 사람에게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만남과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나에게 묵직한 진리를 하나 던져준 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다시 한번 가슴깊이 되새겨 봅니다.
방문객
- 정현종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시인은 1939년 12월 17일, 서울 출생으로 대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이 3회 추천 완료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1978년 한국문학작가상, 1990년 제3회 연암문학상, 1992년 제4회 이산문학상, 1996년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제1회 마당문학상, 2004년 제12회 공초문학상, 2004년 파블로 내루다 탄생 100주년 기념 메달, 2005년 근정포장, 2006년 제2회 경암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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