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음에 두고 있는 시(詩) 한 수 있을 것이다. 마음속에 이정표와 같은 시 하나 품고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방향을 잃지 않고 정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詩) 와 마주하는 시간과 기회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따로 시집을 펴보지 않은 이상 시(詩) 를 접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느날인가 TV속 모 프로그램에서 강사로 나온 교수가 자기가 좋아하는 시(詩) 한수를 소개하겠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시는 바로 유치환의 <생명의 서> 였다.
그는 어떤 무엇도 보지 않고 오로지 머리속의 기억으로만 한구절 한구절 정성스럽게 청중들에게 시(詩) 를 내 놓았고, 듣는 청중들의 모습에서는 진지함과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TV를 보고 있는 나의 마음도 나도 모르게 진한 울림이 일기 시작했다.
시 한구절 한구절 속에 담겨진 시인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련을 피하지 않고 시련에 정면으로 맞섬으로써 "삶의 회의"를 극복하고 "삶의 애증"을 모두 감당해내겠다는 의지를 이 시에서 배운다.
시의 구절처럼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대, 힘들고 지칠때 가끔 이 시가 생각나곤 한다.
오늘 그 시를 다시 되셔겨 보며 새로운 의지를 세워본다.
'나'라는 존재의 본질이 흐려질때 이 시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생명의 서
- 유치환 -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환(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반응형
반응형
'생활정보 > 인문학에서 배우는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근대 시인> 꽃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핀다 (0) | 2023.02.21 |
---|---|
<묵자 친사편>군자는 스스로 어려운 일을 맡고 (0) | 2023.02.10 |
<채근담> 대인춘풍, 지기추상 (2) | 2023.01.23 |
<논어, 위령공편> '과이불개' 잘못을 알고 고치지 않는다. (2) | 2022.12.28 |
<중용, 제23장> 지극히 정성을 다한자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0) | 2022.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