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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인문학에서 배우는 지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by 헤비브라이트 2022. 4. 15.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철학자 헤겔의 법철학서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미네르바는 그리스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이고,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다.

황혼은 대낮이 지난 다음이고, 대낮은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난 시간이다.

지혜를 상징하는 부엉이가 사건이 번잡하게 일어나던 시간에는 가만히 있다가 사건이 마무리 되고 조용해지면 그때서야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대낮에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이 사건들이 잠잠해지면 그때서야 지식인들이 등장한다. 바로 지혜를 관리한다는 지식인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식인들이 나타나서 이렇고 저렇고 분석을 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사건들이 치열하게 논의되고 정리하고 있을 때 과연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최근 우리 주변에도 이러한 지식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낮에 일어난 사건이 마무리된 황혼녘이 되어서야 이것을 분석하고 소위 지식이라 이론이라 정의라 말하고 있다.

 

천상병 시인의 <불혹의 추석>이라는 시 앞부분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침묵은 번갯불 같다며,

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노자께서 말했다.

 

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이 구절은 노자의 <도덕경> 54장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자불언(知者不言), 언자부지(言子不知)”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황혼녁이 되어서야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이 정작 알면서 말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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